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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이슈

건축학과 교수의 대한민국 정책에 관한 고찰 [유현준 교수님]

by J.Daddy 2021.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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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읽고

진심으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알쓸신잡 등 여러 방송에서 뵐 수 있어 친숙한 느낌이 있었는데

건축학 전문가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부동산에 관한 생각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오늘은 그 인터뷰 내용을 조금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유현준 교수는 인터뷰 동안 해맑은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진지하게 인간의 성악설을 설파했다고 합니다.

LH 사태 전 그는 

신도시 개발을 좋아하는 분들은 지역 국회의원과 LH 직원,

두 부류라고 언급한 적이 있기에 일종의 예언이었다며

'유 도사'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합니다. 

 

**********

 

LH 내부 일은 자세히 모르지만

비리 공무원이 있다는 게 언급의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LH가 1~3기 신도시 개발 등으로 50년 넘게 관성적으로 

본인들 먹거리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1960~70년대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오면서 

농지를 택지로 바꾸는 등 신도시 개발이 많았습니다.

그게 LH의 주요 업무였습니다.

그동안 이 일 하던 직원들은 내부에서 요직을 차지했고

또 퇴직하면 관련 업종 요직으로 갔습니다.

보통 80% 중반이면 도시화가 끝났다고 보는데,

대한민국은 도시화율이 90%가 넘습니다.

이런데도 LH가 계속 신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의문입니다.

주 업무를 신도시 개발보다는 

쪼그라드는 지방을 어떻게 밀도 있게 정리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부동산 자본도 정부가 독점하면 부패하게 됩니다.

부동산이 소수에 집중되는 것은 견제해야 합니다.

중세 교회나 중국이 그러했으며

정부 부패는 곧 정치인의 부패를 말합니다.

아무리 지도자가 훌륭해도 주변이 부패하며

혼자서 그것을 컨트롤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며 성인군자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선자가 악당보다 더 싫습니다.

악당은 대놓고 욕먹는데 위선자는 욕도 안 먹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사람들이 더 위험하고 나쁩니다.

겉으로 많은 사람을 위하는 척하며 자기 이익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의, 국민, 민족 같은 애매모호한 거대 담론을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물론 공공이 할 일이 있습니다.

집 살 생각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갭 투자로 수백 채씩 집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런 것은 놔두고

'한 사람이 이렇게 가지니까, 아예 정부가 다 가질게'라고 합니다.

수백 채를 개인이 갖든, 정부가 갖든 똑같습니다.

그냥 이놈에서 저놈으로 옮긴 거뿐입니다.

 

광화문 광장의 재구조화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장 양쪽에 6차선이 있을 때보다는 낫습니다.

어쨌든 세종문화회관 쪽 사람들은 광장 접근성이 높아지는데

이게 사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광화문 광장은 주변에 들어갈 가게가 없는 것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세종문화회관부터 미국 대사관까지 1층이 단조롭고

다양한 목적으로 올 이유가 없으니 사람들이 정치 집회 장소로 사용합니다.

 

집회 장소로 사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광장에 대한 아무런 프로그램이 없어서 

세를 과시하는 갈등 표출 공간밖에는 되질 않습니다.

다양한 생각과 목적으로 섞여야 하는데 그게 되질 않습니다.

광장의 근본적인 목적은 시간과 공간의 융합에 있습니다.

안 그러면 굳이 그렇게 넓은 공간이 왜 필요할까.

광화문 광장이 자꾸 시위 공간으로 쓰이는 것은 

결국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뽑은 지도자들이 국회에서 협상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대편과 대화했다고 이걸 변절로 여깁니다.

서울시장 경선 때로 기억하는데,

어느 후보자가 상대편 누구랑 얘기했다고 욕한 것을 보고

속으로 '제정신인가' 생각했습니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모든 정치가 전쟁이고, 혁명인가요.

이러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까 싶습니다.

 

기술혁명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신흥 부자를 만듭니다.

중세 유럽의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 미국 신대륙은 

유럽인들에게 새로운 부와 권력의 기회였습니다.

한국도 그렇습니다.

지방 소작농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건너가 부자가 될 기회를 잡았고,

1990년대 재벌 기업이 경제를 장악했을 때 

네이버 같은 IT기업이 인터넷이란 새로운 가상공간을 찾아

신흥 재벌로 성장했습니다.

실제든 가상이든 기술혁명을 통해

다시 새로운 기회의 공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 로봇이 다니는 물류 터널을 도시 지하에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지상에 차도 줄고 로봇 생태계가 만들어지겠죠.

물류 터널을 이용해 벤처기업들이 성장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 변화는 오프라인으로 이어집니다.

아마존은 홀푸드마켓을 사고 오프라인 슈퍼마켓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에어비앤비도 오프라인 사업으로 확장합니다.

점점 오프라인 공간은 새로운 자본가들의 전유물이 되어갑니다.

코로나 19를 경험해서 알지만, 

부자들은 돈을 써서라도 인구밀도가 낮고 안전한 곳을 찾습니다.

이런 공간은 한정돼서 부자들이 더 많이 가질수록,

돈 없는 사람들은 내몰리듯 더 싼 공간이나 가상공간을 찾아 나섭니다.

그래서 돈 없는 초등학생들이 이런 곳을 먼저 갑니다.

싸이월드나 메타버스도 그렇습니다.

이들은 커피숍에 머물 돈도 없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쓴다면 돈을 많이 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돈이 많으면 비행기 타고 여행 다니며 자신만의 오프라인 공간을 넓히죠.

이건 인간의 본능입니다.

공공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공원, 도서관, 체육시설 같은 오프라인 공간을 미리 확보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지금 적어도 30대는 집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근데 20대는 힘듭니다.

정말 안타깝지만, 

그들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봅니다.

과감하게 이들에게 모기지 정책을 제대로 펴야 합니다.

 

청년 임대주택은 이들을 위한 궁극적인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좋게 말하면 집을 주겠다는 건데, 

나쁘게 보면 계속 임대주택에 살게 해주고 싶은 겁니다.

정책을 바라는 아쉬운 사람 입장에 계속 두고 

표밭으로 일구는 거죠.

중산층, 자산가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왜 그런 욕심을 갖고 투기 세력이 되려 하느냐'라고 말하면

자본주의 경제를 아예 무시하겠다는 겁니다.

자기(정부)만 자본가가 되겠다는 얘기입니다.

 

행복주택과 같은 소셜믹스 정책은 겉보기에는

없는 자와 있는 자가 어울려 사니까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단 자리바꿈이 쉬워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너는 계속 못 살고, 나는 계속 잘 살게.

대신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이게 소셜믹스입니다.

누군 언제든 VIP라운지나 펜트하우스에 갈 수 있고,

누군 못 가는데 이런 주장을 하면 안 됩니다.

사다리를 만들고, 익명 상태에서 믹스를 해야 합니다.

누가 얼마 벌고 직업이 뭔지, 집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다 아는데 과연 믹스가 될까요.

 

셰어하우스도 멋진 인테리어와 그럴듯한 문화 공동체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포장하지만 월세입니다. 

평범한 월급쟁이들한테는 치명적입니다.

정부가 할 일이 이런 게 아닐까요.

누구는 버젓이 있는 대출 시스템으로 집 사서 자산 불리고,

누군 못하면 이런 상황을 돕는 게 정부의 역할입니다.

근데 '너 집 못 사니? 그럼 월세로 계속 살게 해 줄게'라고 말합니다.

이게 어떻게 정부 역할이고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입니까.

정신 차려야 합니다.

 

**********

 

유현준 교수님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봤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건축가가 생각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흥미롭게 읽으셨나요?

 

솔직히 저는 속이 시원합니다.

 

정부가 양질의 주택 공급 다 끊고 수도권 아파트 값은 폭등시키고,

마치 집을 사려는 사람과 다주택자는 투기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사다리를 아예 걷어차 버리더니 

이제는 중산층까지도 임대 많이 지어줄 테니 임대 들어가서 살아라?

여기 안 들어가는 국민은 전부 불로소득이고 투기 세력이고.

이렇게 국민들을 멸시하고 협박하는 정부가 얼마나 있습니까?

 

악인보다 위선자가 더 나쁘고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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